처음부터 무선데이터망으로 설계된 Wi-Fi의 배다른 아우 Wibro(Mobile Wimax)와 달리, 음성통화망의 확장형태로 무선데이터를 제공하는 CDMA, GSM, WCDMA는 제공할 수 있는 무선데이터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아이폰 도입 이전까지 이동통신 3사의 무선데이터통신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리만큼 비쌌던 배경에는 바로 이런 현실적인 제약도 공존했다.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10년에 걸쳐서 서서히 이루어진 스마트폰 보급 증가와 무선데이터 수요 증가가 대한민국에서는 단 1년만에 초단기속성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급히 먹은 밥은 체하거나 얹히게 마련이듯, 아이폰의 한국 등장과 아이폰의 맞수로 SKT에서 내놓은 일련의 Android OS 탑재 스마트폰들은 실질적으로 2009년말 갑자기 등장하여 시장을 장악하였다. 트래픽 귀신인 스마트폰이 1년만에 이동통신 3사를 합해 300만대 이상 등장했고, 이들은 대부분 아이폰의 등장과 괘를 같이해 등장한 '이전보다는 그나마 합리적으로 보이는' 무선데이터 부분 정액제에 힘입어서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이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아이폰 3GS가 출시되고 넉달 남짓 지나 아이폰의 독점 출시 통신사인 KT에서 아이폰으로 인한 무선데이터 사용 급증때문에 임시로 업로드 속도를 낮게 통제하고 부랴부랴 장비를 증설하다가 전문지식이 있는 네티즌에게 걸려서 곤욕을 치렀던 2010년 3월의 헤프닝으로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이 때만 하더라도 무선데이터 부분 정액제였기 때문에 악명높은(?) 아이폰 사용자라도 고작 평균적으로 월 200~400MB를 사용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보감상이나 벨소리 무한 다운로드를 하지않는 한, 한 달에 10MB도 트래픽을 내기 쉽지 않은 일반폰(흔히들 스마트폰의 반대 개념이라고 하여 피쳐폰이라고도 부르고 있다.)에 비하면 수십배의 사용량 급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치킨 레이스의 계기를 마련해버렸다.
당연히 일반폰보다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는 스마트폰 특성상, 아무래도 통신사는 기존보다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도록 강력하게 유도할 수 밖에 없고, 이렇게되면 회선당 소비액은 이전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유식한 말로는 ARPU의 상승이라고 하는데,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이전보다 소비자가 더욱 통신사의 충실한 봉이 되어 더 많은 피를 헌납한다는 이야기다 ;;)
여기서 대한민국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요금을 강제로 낮추거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낼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보다는 협박에 가까운 권고를 이동통신 3사에 발동하였다.
결과는 코딱지만큼의 통신요금 인하 (인데 실은 단말기 할부금 깎아주던 보조금과 그 액수가 그 액수..)와 무제한 무선 데이터 서비스 도입으로 이어졌다.
이동통신망이나 그 시스템에 대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무제한 무선 데이터 서비스의 등장을 경고해왔다. 3년만에 항복하고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포기한 1세대 아이폰 출시 통신사들의 사례도 있다. 이들은 도저히 자사 무선망을 감당할 수 없어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포기했다. (예외가 있다면 일본의 소프트뱅크인데 소프트뱅크는 월 1기가 이상을 사용하면 다음달 무선데이터는 모뎀 속도로 내려버리는 조치를 취하므로 무제한이라는 표현은 좀 어폐가 있기는 하다..)
기본적으로 유선전화망(PSTN)을 무선화하는 것에서 시작한 GSM, CDMA, WCDMA 등의 무선전화망 기술은 근본적으로 전화통화에 최적화되어있다. 최신기술인 WCDMA HSPA+나 LTE advanced에 이르게되면 무선 데이터 통신도 상당히 최적화되기는 하지만,이 경우에도 서비스의 기반은 PSTN의 확장형인 음성통화라는 점은 변화가 없다.
더군다나 2G에서 기존에 GSM망을 구축하였던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은 2G의 CDMA와 3G의 WCDMA가 상호간에 핸드오프가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2G망과 3G망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없다. 게다가 현재 KT나 SKT 모두 2.1Ghz 대역에서 서비스중인 WCDMA망의 경우 할당받은 대역폭으로 커버 가능한 2천만명이라는 마지노선을 넘어선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망을 폭주상태로 몰아가는 무선 데이터 무제한 조치는 자충수 정도가 아니라 자폭이다.
더군다나 얼마전까지도 가장 비합리적인 요금체계로 사용자의 무선 데이터 사용을 강력하게 억눌러오던 SKT의 경우는 그나마 무선 데이터 무제한 정책을 실시하더라도 아직 대역폭이 포화상태에 이르기까지 여유가 있지만, KT는 시장에 현존하는 가장 트래픽을 많이 발생하는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4 출시이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백만대나 자사망에서 사용중이다.
이런데 SKT가 콸콸콸로 도전해온다고 턱도 없는 맞불을 놓아버렸다.
요새 화제가 되는 아이폰의 콜드랍 현상도 엄밀히 따지면 바로 이 무선 데이터 무제한 정책이 빚어낸 운명의 장난이다. 아이폰4 한국 정발을 시작하면서 이 글을 쓰는 10월초 현재 KT에서 사용중인 아이폰은 약 2백만대이다. 이 상태에서 KT가 치킨 레이스를 계속하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이미 KT는 전국적인 네스팟 핫스팟으로 충분히 비교우위에 서있다.
지금이라도 KT 경영진이 무모한 콸콸콸 맞불작전을 중단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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