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클리앙에 올렸던 강좌글의 복사판입니다.
원본은 여기에 가시면 있습니다.
일본 센다이 앞바다 대지진관련 2번째 강좌군요..
지난번에는 해저 광케이블 이야기였고, 이번에는 원자로 이야기군요...
제가 무슨 핵물리학 전공자라거나 Dr.Manhatan도 아니고 세부적인 것은 잘 모릅니다.
다행히도 인터넷과 구글은 위대해서 전문가들이 쉽게 풀어놓은 영문 글이 있어서 그 글을 참고해서 간단히 해설해드리고자 합니다.
(참고로 해당 영어원문은 http://bit.ly/joehmen 입니다.)
원자로의 기본 원리는 다른 화력 발전소와 동일합니다.
다른 곳이 석탄, 석유, 가스에 불을 붙여서 물을 끓여 바람개비를 돌리는 식으로 전기를 만든다면, 원자로는 우라늄 235의 붕괴(이 것을 핵분열이라고 합니다.)와 함께 생기는 열로 물을 끓여 바람개비를 돌리는 식으로 전기를 만듭니다. 이론상으로는 겨우 몇 kg의 우라늄으로 몇 톤의 화석연료를 불태우는 열량이 나옵니다.
원자로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 중에 이번에 난리가 난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1호기는 우라늄을 원료로 하는 비등수형 원자로 (Boiling Water Reactor, BWR) 방식으로 밀폐용기인 원자로에 일부만 물을 채우고 얘가 끓으면 곧바로 터빈을 돌리고 식혀서 다시 원자로에 넣는 방식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모든 원자로가 가압수형 원자로 (Pressurized Water Reactor) 방식입니다.
(가압중수로도 4기 있기는 합니다만 원자로안에 중수소와 산소가 결합한 중수를 넣는다는 점만 빼면 기본 아이디어는 동일합니다.) 비등수형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압력솥처럼 압력을 매우 높게 하고 원자로에 물을 가득 채운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대기압의 150배 가량의 높은 압력때문에 끓는 점이 매우 높아지고 실제로 상업적 운용시에는 끓는 점을 넘지않는 약 섭씨 310도를 유지하는 수준으로 운용합니다. 이 뜨거운 물을 열교환기를 거쳐서 다른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는 방식입니다.
가압수형 원자로와 비등수형 원자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자로에서 물을 끓이는가 데우는가입니다.
그리고 이 차이점이 며칠전부터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가압수형 원자로는 원자로 속의 것들은 원자로 속에만 있습니다.
방사능과 방사성 동위원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낮습니다.
반면에 비등수형 원자로는 원자로부터 터빈까지 세트입니다.
더군다나 수증기 압력이 높아지면 수증기를 빼낼 배출구도 정식으로 있습니다.
바꾸어말하면 방사능과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제 일본의 원자로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봅시다.
3월 11일 14시 46분 경...
후쿠시마 발전소에서 100여km 떨어진 지하 약 22km 지점 바다밑 깊은 곳에서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합니다. 원자로에서는 설계대로 지진을 감지하자마자 자동으로 제어봉을 집어넣어 원자로의 핵분열 반응을 종료합니다.
핵분열 끝났다고 물이 바로 식을리가 없습니다.
냉각하려면 열 교환기에 새 물을 계속 보내주고, 팬을 돌려 수증기를 강제로라도 빨아들여서 열교환기로 보내고, 열교환기를 통과한 다시 식은 물은 모터로 원자로 내부에 뿜어넣어줘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전기가 필요한데, 핵분열 반응을 종료했으니 발전기가 돌아갈리는 없고, 규모 9.0짜리 강진이라 전력망이 망가져서 외부에서 전기를 끌어올 수도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지진왕국 일본 특성상 설계자도 충분히 감안한 상황이었고 비상 발전기가 바로 작동하면서 전기를 공급해주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설계자도 10m짜리 쓰나미가 곧바로 밀어닥칠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지진발생 약 14분 후인 15시경....
높이 10m의 쓰나미가 밀어닥치고 비상 발전기 시설이 쓸려가버렸습니다.
전기가 끊기면서 냉각시스템이 멈춰서야 맞지만 물론 혹시나 발전기도 고장날까봐 비상 배터리가 있어서 더 연명합니다..
문제는 배터리 앵꼬난 이후 발생합니다.
냉각시스템은 싹 멈춰섰고...
우라늄의 핵분열은 끝났지만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인 각종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자연적으로 붕괴하면서 열을 내니 물은 계속 끓어서 없어집니다.
냉각시스템이 서버려서 더이상 물이 돌아오지 않고...
중수를 쓰지 않는 경수 원자로 내부에는 안정성 문제때문에 미네랄을 제거한 증류수만을 넣어서 운영하는게 원칙인데 쓰나미 통에 그나마 있던 예비용 경수를 날려먹어서 일단 부어넣을 물도 없는 상황....
더군다나 물이 끓으니 자꾸 내부 압력은 높아지고.......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방사능 유출인 것을 알면서도 마개를 열고 수증기를 원자로 밖 (= 바깥 세상)으로 내보냅니다.
이게 바로 방사능 유출의 시작입니다.
이 수증기에는 핵실험과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방사능 물질 요오드 131과 세슘 137이 섞여 있습니다. 이중 요오드 131은 한두달이면 모두 자연적으로 방사능을 잃습니다만 세슘 137은 반감기(절반이 방사능을 잃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년이라 좀 문제가 됩니다.
이렇게 얘기해놓으면 좀 무서울 수 있습니다만 수증기에 섞인 미량의 입자들인지라 사실 공기중에 희석되면 거의 티가 나지 않을 수준입니다.
사실 지난 수십년간 강대국들이 해온 수없이 많은 핵실험이나 체르노빌 사고에 비하면 이 정도 세슘 137은 새발의 피도 안되는 양입니다.
이외에 질소 16도 수증기에 일부 섞입니다만 반감기가 6초라 더더욱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원자로 내부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원자로 내부 온도가 계속 올라가는 중이라는 겁니다..
원자로 온도가 올라가면 체르노빌에 한 발자국씩 점점 가까워집니다.
원자로는 몇 겹의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연료봉의 지르코늄 코팅이 1차 안전장치이고, 원자로가 2차, 그리고 격납고가 3차 역할을 합니다.
이 지르코늄 코팅은 약 섭씨 1800도까지 버티는데, 이 코팅이 있는 동안은 우라늄이 연료봉 형태로 있기 때문에 제어봉만 작동했다면 핵반응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후쿠시마 3호 원자로는 물이 줄어들다가 결국 물 위로 연료봉이 노출되었다는 것입니다.
물과 달리 수증기와 공기는 한정없이 계속 온도가 올라갑니다.
만약 물이 계속 줄어들고 온도가 섭씨 1800도를 넘어선다면 이제 이 원자로는 체르노빌 2가 되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3호 원자로에서는 좀 예상하지 못했던, 그리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고 체르노빌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다면 소스라치게 놀랄 '폭발'이라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물이나 수증기가 워낙 고온이 되고 지르코늄이 반응 해서 수소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수소는 원래 자연상태에서 수소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고 산소가 있고 발화점의 온도만 되면 자연발화하기 매우 쉬운 물질입니다.
이번에도 수소 자연 발화를 막기위해 격납고 외부로 방출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풍부한 산소와 만난 수소가 충분한 수량이 모이니 폭발로 이어지면서 격납고 외부 외장건물이 파손된 것입니다.
(공식적으로는 격납고는 안전하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현재 동경전력과 일본 정부의 발표 행태를 보아서는 격납고도 더이상 안전하지 않을 정도로 겉모습만 멀쩡해보이게 파손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나마 괜찮습니다. 원자로 폭발은 아니니까요 ;;;
이 시점에서 발전소 주인인 동경 전력은 원자로내 바닷물 투입 결정을 내립니다.
그런데 이제는 바닷물을 넣는다고 또 아우성입니다.
왜 일까요?
아까 제가 원자로 내부에는 안정성 문제로 증류수만 사용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 것 때문입니다.
바닷물에는 각종 미네랄과 다량의 소금이 존재합니다.
바닷물이 담기면 당연히 각종 설비들이 부식하고 해당 설비는 아예 교체를 해야합니다. 원자로의 경우는 이제 포기하고 버리겠다는 것이죠..
거기에 하나 더해서 온도 상승을 잡지 못할 경우 이 바닷물 속 풍부한 미네랄과 소금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원자로 폭발 = 체르노빌 2...
자아.. 좀 간단하게 요약해볼까요?
1. 일본의 원자로는 물을 꽉 채우지 않고 끓여서 발전기 바로 돌리는 방식.
2. 지진과 쓰나미가 겹쳐서 원자로 자체는 잘 껐는데 냉각을 못해서 난리남.
3. 현 시점까지의 방사능 유출이라는 것은 수증기가 넘쳐서 원자로 터질까봐 수증기 빼내면서 생긴 것들. 수증기에 섞인 방사능 물질은 소수고 대부분이 몇 분에서 몇 일이면 사라지며 확산되면서 희석되기 때문에 큰 의미 없음.
(물론 그 동네 주민분들은 묵념....)
4. 원자로 내부 온도는 섭씨 1800도를 넘으면 안된다.
그 때부터 연료봉 코팅이 녹으면서 우라늄이 본격적으로 녹아나오니까..
더불어 그때부터는 수증기도 함부로 빼면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섞인 죽음의 공기가 나온다.
5. 원자로에 바닷물을 넣으면 그 원자로는 폐기해야한다.
그래서 그동안 바닷물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6. 후쿠시마 원전에서 있었던 일련의 폭발은 수증기 빼면서 섞여나온 수소의 폭발이었다.
원자로와 격납고는 모두 무사하기는 하다.(라고 알려져 있기는 합니다만 폭발과정에서 이미 손상되었을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그럼 앞으로 어떤 상황을 피해야할까요?
1. 원자로에서 연료봉이 물밖에 드러나도록 물이 줄어들면 절대 안된다.
2. 연료봉에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새어나오는 일이 생기면 절대 안된다.
3. 여진때문에 원자로 용기 자체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된다.
위의 셋 중 하나라도 현실이 되면...............
체르노빌 사고때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의 당사자와 주변국이 겪었던 일들을 우리가 겪게 될 것입니다...
혹시나 제가 적은 내용에 큰 오류가 있다면 클리앙에는 왠지 있을듯한 핵물리학이나 원자력 발전 전문가께서 지적해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수정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노심용융(Meltdown, 멜트다운)은 위에서 설명했던 고온을 못이겨 연료봉 코팅이 녹아내리면서 연료봉의 우라늄이라 플루토늄 등이 녹아내리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PS2. Meltdown이 진행되면서 원자로 바닥에 쌓인 물질들의 양이 임계점을 넘으면 폭발합니다.
이건 다른 폭발과 달리 엄연히 핵폭탄의 폭발입니다.
위력은 엄청 작겠습니다만.... 대신 수십년동안 방사능에 찌든 원자로와 발전소의 잔해가 공기중에 흩날리면 ;;;;; OTL
PS3. 클리앙 회원 Sunny...님 보충 설명덕분에 내용 일부 수정했습니다.
원자력발전소는 보통 5차방호벽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1차는 연료인 우라늄을 도자기 굽듯 구워서 세라믹 형태인 펠렛으로 만듭니다. 그 것을 1차 방호벽이라 하고 2차는 이 펠렛을 지르코늄 튜브안에 넣어 연료봉을 만드는데 이 튜브를 피복관이라하고 2차 방호벽이 됩니다. 3차는 연료봉을 다발로 만든 집합체가 핵분열 반응을 하는 원자로 입니다. 이음매 없는 원통을 두드려서 만든 15cm두께의 강철 원자로 입니다. 4차 5차는 우리나라는 둥근돔형태의 방호벽입니다. 콘크리트(5차)가 1m이고 그 안에 철판(4차)이 3cm두께로 덧대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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